novel(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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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hy feet
사소데이+히단2014/02/21 22:23 일 거리들이 밀려있었으나, 귀찮아 대충 난자한 서류들을 한 쪽으로 미뤄뒀다. 아, 눈 피곤하다. 잘 쓰지도 않던 안경을 던지듯 내려놓고는 관자놀이를 누르고 있는 데, 그 흔한 게임초대도 오지 않던 핸드폰에 카톡알림이 울렸다. 웬일이래. 의아해하며 들여다본 액정은 새벽에 가까운 시간에도 불구하고, 참 낯익은 이름이라. ' 나 입국했어. 밥 좀 같이먹어줘 ' 참, 얘도 여전하다 싶었다. - " 그래서 잘 다녀왔어? " 늦은 밤에 열린 곳이라곤 국밥집 밖에 없는 지라, 공항 근처 국밥집에 자리를 펼치고 앉았다.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방금 나온 김이 올라오는 국밥에 고개를 처박고 볼이 미어터져라 먹는 놈이, 어딘가 좀 처량해 보였다. 여행이 아니라 무슨, 봉사 다녀..
2014.07.08 -
Dawn
2014/02/17 02:23-당신의 죽음에 관하여 2사소리 / 히단 none커플링. 비가 내렸다. 내리는 빗 속에 늘 우산을 쓰고 걷던 너는 없다. 그것은 미련과도 같은 것, 환영에 흐려지듯 부서지는 네가, 그립지도, 보고 싶지도 않다. 다만, 웃는 네 얼굴만은 마지막까지 보고 싶었는데. 그건 집착과도 같은, 욕심이었다. *** 바닥이 노곤하게 따뜻했다. 손바닥을 방석밑으로 넣어 손을 녹였다. 손가락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추운 칼바람을 뚫고, 간신히 자리한 장례식장엔 평소에 익히 보던 얼굴들이 즐비했다. 다들 파리해진 인상으로 조용히 국화 꽃을 놓았고, 빛바랜 사진에는 웃기지도 않게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내가, 아는데 그 놈은 지금 이 분위기가 숨막히도록 싫을테다. 금방이라도, 뭐하냐 니네,..
2014.07.08 -
Midnight
삼대카제카게 / 데이다라. none커플링.2013/12/30 21:16 - 당신의 죽음에 관하여.짐을 챙기고 향 냄새가 가득한 방 문을 닫았다. 적막으로 들어찬 방이 싸늘하다. 그 모든 것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그의 방에, 그 사람 혼자, 자리를 비웠다. 마른 손으로 바닥을 쓸었다. 먼지 한 톨 묻어나지 않는 방에서 이상하게 그의 향은 잔뜩 묻어난다. 만난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시간, 단 삼년의 시간이었다. 처음 그를 만나고, 내 물음에 아무것도 대답해 주지 않던 그는, 나를 만난지 반년이 지나서야, 가만히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았고, 나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어렸을 때 부터 몸이 좋지 않았다는 그는 그다지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의사들이 못 박았다고 한다. 필연적이게도, 그는 딱 ..
2014.07.08 -
Let it rain
2012/05/14 00:33히단데이 00.너, 되게 멍청하다. -01. am 02:01 반짝이는 핸드폰 액정을 손톱으로 두어번 톡톡쳤다. 몇개나 보낸 문자에 끝내 답장은 없었다. 한숨조차 나오지않는 숨막히는 침묵, 숨막히는 새벽. 추적추적 내리는 이 비에 너는 도대체 어디서 뭘 하는지. 새까맣게 암전이 되어버린 텔레비전에 반사되어 비춰지는 내 모습이 한없이 초라해보인다. 그럼에도 하염 없이, 내리는 이 비처럼. 하아, 결국 한숨이 터져나온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이 갈증에 겨운 기다림도 그치질 못한다. 너는, 대체. ' 오늘 나 늦어. 기다리지 말고 일찍 자 ' 피곤하다며 내내 칭얼거리더니 침대를 벗어나 옷을 갈아입으며 입을 뗀 너의 표정은 밝아보였다. 안 들어 올 수도 있고. 마지막 남은 셔츠 단..
2014.07.08 -
破
2012/01/03 02:00사소데이 아무렇지도 않게 오는 아침. 끼니를 제때 챙겨먹은게 언제인지도 까마득한 일상, 그리고 다시 아무렇지 않게, 잠식하는 저녁. -사회 초년생이 되어서 처음 자리한 회식자리는, 어렸을적 가져왔던 상상과 다를 바가 없었다. 끊임없이 마시고, 먹고, 떠들고. 간간히 섞이는 거친말투와 다분히 고의성을 띈 성적농담. 왔냐며 반기는 동기가 있는 가 하면, 너스레를 떨며 상사의 잔에 연거푸 술을 따르는 동기도 보였다. 첫 회식자리에 지각한 까마득한 부하직원이 괘씸할법도 하건만, 분명 내가 방금까지 자리에 없었다는 것 조차 모를 과장에게 승진을 축하한다는 말을 건내고 조용히 자리를 찾아 앉았다. 앉자마자 아는 척을 해오며 술을 권하는 부장님에게 거절의 표시로 난감하게 웃어보였으나, 결..
2014.07.08 -
Terrible Joke
2011/06/05 23:52무관심한 것.그 이상 말해도 무의미 한 것들. 흐름처럼 느릿하게. 흔적도 없이 사라져도 있으나 마나인 것. 그러한 것들에, 세월과 무게가 쌓이고 , 추억이 얹어지면 , 비로소 그것이 나에게 의미 있는 것으로 변모한다. 나는 왜 그에게 추억을 얹어주었을까.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 눈을 뜨니 눅눅히 곰팡이가 스민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차마 닫지 못한 창틈으로 드세지 않은 빗물들이 튕겨들어온다. 창틀에 가득 쌓인 먼지들은 흐릿한 구정물이 되어 씻겨나갔다. 아찔하게 울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백일몽만은 아닌, 먼지처럼 흐릿했지만 빗소리처럼 선명했던 꿈. 눈가를 적신 것은 빗물일까. 습기를 머금어 눅진해진 이불을 걷어내며 바닥에 발을 디뎠다. 덮쳐오는 잠시간의 ..
2014.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