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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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nger 1
지리하게 해가 길었다. 퀴퀴한 분위기, 온통 어두운 거실. 암막 커튼을 뚫고 볕이 새초롬하게 들어 큰 금이 갔다. 그 한가운데에 주저앉은 남자는 큰 눈을 굴리며 한참을 생각했다. 가쁜 숨은 턱끝과 혀뿌리를 알알하게 잡아당기며 폐부만 다부룩히 불릴뿐이라 그는 이 공기를 자신이 들이마시는 것 조차 역겨웠다. 혹은, 항상 이런 공기를 바라왔을지도 모른다고 남자는 스스로 생각했다. 끈적하고, 눅진한. 꾸덕하게 말라가는 핏자욱을 제 옷에 문질러 닦았다. 자수할까. 아니, 아니지. 스스로 떠오르는 긁어부스럼을 모아 다시 재고하고 그는 다급하게 명세서를 뜯어냈다. 도망가야해. 거실 바닥에 길게 난 빛의 흐름을 따라 도망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내 생각하던 행동을 행한 결과는 결코 빛의 길은 아니었다. 길게 난..
2017.09.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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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가누기가 힘들었다. 감기는 눈을 간신히 바로 뜨고는 한참을 횡설수설 했다. 하늘엔 별이 촘촘히 박혀있다. 바람의 온도도 살결에 느껴질만큼 생생했다. 꼬이는 혀, 감기는 눈, 그를 찾는 입술. 한참 손을 뻗어 더듬다가 마침내 마침표를 찍듯 닿은 뺨에 고개를 한참 부볐다. 당황했겠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만큼 머릿속이 고요했다. 마른 눈을 깜빡였다. 입술을 축였다. 나는 심통이 나 있었다. " 나랑 왜 섹스 안해요. " 잔뜩 구불친 목소리였다. 베베 꼬인 언사로 웅얼대듯 말을 꺼내자 그의 낯이 난감해졌다. 감기는 눈꺼풀에 빽빽히 박힌 속눈썹이 예쁘다.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의 대답은 존나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오늘도 섹스는 글렀을테니까. " 왜 안하냐고요. "" 미성년자잖아. " 토씨하나 ..
2016.06.11 -
[사소데이히단] 나쁜 문학
유월에 너에게 보낼 편지를 쓴다. 나는 이 글을, 다섯 번째 고쳐쓰고 있다. 나쁜 문학 스페이스바와 백스페이스를 번갈아가며 사납게 눌러대었다. 오류가 날 법한 소리가 삐빅, 삐빅 컴퓨터에서 흘러나온다. 견디지 못할정도로 지루했다. 콧등에 눌러앉은 안경을 팽겨치듯 벗고는 미간을 주물렀다. 시계를 바라보면 새벽 4시. 오늘도 꼼짝없이 밤을 샌다. 느릿하게 한숨과 가까운 하품이 흘러나오고, 목 뒤가 뻑적지근하게 당겨왔다. 문장은 ' 그리하여 ' 에서 멈춰있다. 극적인 서사가 흘러나와야 할 참이지만, 도무지 문장을 끝맺음 할 수 없었다. 마지막에 어울리는 단어와, 적합한 분위기를 혼용 할 능력이 없다면, 인정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댕댕 울리는 골을 다시금 부여잡았다. 잘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약간 울고..
2016.03.16 -
[Eugene H. Grace]
Code Name : PhillipName (old) : Eugene Hue Grace (24)Tall / Weight : 179 / 74 Blood Type : RH+ AB /Appearance [진저헤어, 주근깨, 연녹색의 눈동자] 아이리쉬 특유의 창백한 살결을 가졌으나 얼굴을 가리는 붉은 홍조와 함께 주근깨가 군데군데 자리한다. 전체적으로 흐린 인상. 입술 색도 흐리고 선도 가늘다. 호선을 그리며 처진 눈썹과 눈꼬리가 부드러운 인상을 주고 있으나, 자칫 뚱해보이기 쉬운 인상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기에 미소를 짓고 있는 표정이 디폴트. 입을 다물고 있자면 입 선이 뚝 떨어지기에 굉장히 뚱하고 신경질적으로 보인다. 부드러운 머릿결의 천연 곱슬, 부스스 할 정도로 모발이 가늘고 많다. 적갈색에 가까..
2016.01.15 -
TPT_조각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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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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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류하는 감정은 어디로 가는가. 그런 생각을 아주, 잠깐 했었다. - 옷가지를 챙기는 그는 어쩐지 조금, 침잠해보였다. 평소에도 그다지 말 수는 없는 편이었지만, 예의, 오늘은 쉽사리 말을 붙이기도 어려웠다.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다가 코트를 집어드는 그의 뒤를 따랐다. 닫히는 현관문 소리가, 가라앉은 침전물을 뒤흔드는 기분이었다. 손을 뻗어 잡을까, 망설이다가 이내 관두려 손을 뒤로 빼자, 어찌 알았는지 바로 맞잡아 오는 손은, 늘 그렇듯 따뜻해, 한결 마음이 놓였다. 괜찮아요? 속삭이듯 물은 물음에 익숙한듯, 익숙지 않은 기다란 침묵의 시간이 늘어진다. 비로소 내 질문이 잔인했다는 걸 깨닫고는 덧잡은 손을 힘주어 잡았다. 그가 지내온 삶의 무게를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나는 그저 예측하고, 가..
2015.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