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Joking

2014. 7. 8. 17:13novel/曉

2010/12/11 15:26

히단데이사소

하늘은 구정물을 가득 집어 삼킨것 마냥 흐끄무리하니, 잔뜩 어두웠다.

 

*

 

간밤에 내린 비로 골목은 벽을 타고 흘러내린 녹물과, 쓰레기들이 뒤엉켜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그런 악취를 못내 견디며, 데이다라는 썩어 고인 물 웅덩이들을 피해 발을 재바르게 놀렸다. 아, 존나 저같은 곳에서 보자 그러네. 짜증이 나지 않을래야, 나지 않을 수가 없어서. 거칠게 발을 구르다가 그토록 아끼는 바지 끝단이  빗물에 조금 젖어버렸다. 얼마전 새로 산 매끈하게 잘 빠진 워커에 빗물이 튀인건 말할 것도 없고. 나지막한 탄식과 함께 아- 씨발 계속 입안을 맴돌던 욕설이 빌길에 튀인 구정물처럼 쏟아졌다. 존나 되는 일도 없지. 드라이 클리닝을 맡겨야 겠다고 다짐하며 가까스로 다다른 골목의 끝에서 코너를 돌아 나오자, 어디서 약이라도 구해다 빠는지 늘 나른함에 젖어 있는 눈이 여전히 권태롭게 꿈뻑거리며, 역시나. 나른한 목소리.

 

" 존나 늦었네. "

 

하고, 지껄이기에. 장소 선정의 미스가 있었잖아 개자식아. 조금의 텀도 주지 않고, 신경질 적으로 데이다라가 맞받아쳤다.

 

" 아무리 농땡이라도, 씨발. 꼭 가오 안 살게 존나... "

" 그럼 말단답게 화장실에서 쪼그려 앉아 필껄 그랬나."

 

킬킬거리며 웃어재끼는 히단의 머리통을 갈기고는 계단에 걸친 히단의 다리를 데이다라가 툭툭 밀어낸다. 의아한 눈으로 보는 히단에게 비켜 좀, 나도 앉게. 하며 협박하는 꼴이 뒷골목 쓰레기장과 묘하게 맞물리는 풍경이라, 히단은 세어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눌렀다.

 

" 양아치새끼 "

 

장난을 담은 얼굴로 억울하다는 듯 뱉어내는 히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한번 히단의 머리통에 데이다라의 손이 날아와 꽂혔다.

 

축축하게 젖어 금이 잔뜩 난 콘크리트 계단위에 걸터앉은 히단의 옆자리를 꿰차고 앉자 마자 데이다라는 초조하게 가죽자켓의 주머니를 뒤져 담배곽을 꺼내들었다. 에이, 씨발 돛대네, 신경질적으로 담배곽을 툭툭처올려 담배를 꺼낸 뒤 다시 한번 주머니를 뒤져 찾아낸 싸구려 라이터는 어제의 비로 습기가 가득차 수명을 다했는지 불은 커녕 헛도는 소리만 생경하게 내고 있었다. 가지가지한다. 옆에서 세어나온 비웃음에 아, 뭐. 홧김에 입에 물고 있던 장초를 뱉어 내려는데, 그런 데이다라 불쌍했던지 물끄러미 내밀어지는 역시나, 싸구려 일회용 라이터.

 

" 나도 간당간당하니까 빨리 붙여. "

 

새끼, 멋있는 척은. 보기도 힘든 히단의 드문 선행에 데이다라가 의문스럽다는 듯이 빤히 처다보자,

 

" 외상으로 달아둘거니까 너무 감동 먹진 말고. "

 

나중에 밥 쏴. 하고 덧붙이는 말도 잊지 않는다. 

 

" 존나 치사하네 , 응!! 라이터 빌려 줘 놓고 밥 사내라는 건 사기지, 씨발아!! "

 

데이다라가 날카롭게 소리치자 귓등으로 들은 채도 하지 않고, 싫음 말던지 하며 코앞에서 사라지는 라이터를 데이다라가 잽싸게 히단의 손에서 가로챘다. 아- 씨발년아 손 델 뻔 했잖아. 상스러운 말이 히단의 입에서 튀어나오고, 언제 또 라이터를 뺏어 갈까, 급하게 불을 붙이던 데이다라 인상을 찌푸린다. 년? 뭐라고 했냐, 저 개새끼가.

 

" 씨발, 내 좆은 좆도 아니냐? "

" 니가 좆도 있었냐? "

 

완전 금시초문이라는 양 비아냥 거리는 히단의 대답에 데이다라가 기가 차 얼이 빠진 틈을 타 히단은 모처럼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데이다라가 입을 떼기 전에 빠르게 말을 이었다.

 

" 난 왜 기억에 없냐. "

 

씨발새끼, 데이다라가 손을 들자 마자 부러 과장을 섞어 어이쿠 하며 피하는 시늉을 하는 히단이 얄미운지, 데이다라가 씨발 상대를 말아야지, 한숨 섞인 혼잣말을 툭 뱉으며 아까부터 혼자 타들어가는 담배 한모금을 빨았다.식후땡이라 그런지 입에 착 감기는 맛에 잇새로 희미하게 신음까지 흘러나온다.존나 딴게 천국이 아니고 이게 천국인거거든...웃음 섞인 혼잣말에 히단이 약이라도 하냐며 질겁을 하는데, 약은 니가 하는 거고. 맞 받아친 데이다라의 말에 둘다 실없이 웃어버린다.

 

 

***

 

 

" 너 얼마전에 싸움난거 알고있지. "

 

얼마전, 이라고 해봐야 겨우 일주일은 됐을까. 바로 옆, 지역 싸움이라고 하기엔 너무 과장된 감이 없잖아 있었으나, 그만큼 패싸움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마찰이 있었다. 이 음습하고 더러운, 정부마저도 포기한 슬랭가에서 보기 드문 경찰차들이 도착하자 큰싸움으로 번지지 못하고 해산되었으나,  양 조직 전부 적잖은 부상자와 사상자를 냈던 충돌. 아무리 슬랭가라고 해도 총을 마구잡이로 쏠 만큼의 충돌은 자주 일어나지않는다. 그러니까, 이건 좀 심각한 일이란 소리다.

 

" 뭐... 나나, 너 새끼나 말단이라서 잘 모르겠다만, 우리 조직하고도 조만간 뭐 있을거 같거든 ."

 

히단이 자뭇 진지하게 말을 꺼내기에 덩달아 진지하게 몸을 구겨 웅크렸다. 어디서 온건지 모를 정체불명의 패밀리들, 마피아는 아닐테고, 갱단도 아닌거 같은데 어디서 나타난건지 이 근방에선 처음보는 새끼가 싸움의 중심에 있었다고, 조직내에선 말이 많았다. 다음 타겟이 우리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며칠째, 아무런 사건 사고도 없이 고요하다. 폭풍의 눈의 한복판. 그 중간에 서있을 붉은 머리의 남자.

 

" 뭐, 알게 뭐야 "

 

정말로 알게 뭔가 싶다. 어차피 최 말단 조직도의 맨 끝. 간신히 조직도에 이름을 올릴 정도의 말단인 우리가 분쟁이나, 총부림이 일어났을때 할 수 있는 일은, 첫째도 총알받이로 죽는다, 둘 째도 총알받이로 죽는다. 셋째도 총알받이로 죽는다. 넷째는 뭐, 활약해서 승진한다. 정도일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고, 붉은 머리건 뭐건, 조심하라고 간부들이 침이 튀어라 이야기 해봐야, 우리한테 하는 소리도 아니거니와, 그 대단한 조직의 우두머리와 만난다는 것이 현실로 일어날 가능성이 전무하니까. 우선, 그가 빨간 머리라는 것도, 엄연히 회의실에서 들은것도 아닌,우연히 복도 지나다 들은 이야기니, 말 다 했다.

 

" 됐네, 답잖게 진지해지지마, 응 "

 

담배재를 털어내며 말을 덧붙이자 히단이 그제서야 뭐 하긴, 죽이면 죽어야지. 맥이 빠지는 소리를 한다.

 

" 쫄지마 새끼야. 덩치는 산만한게. "

 

여자 따 먹을 때처럼 당당하게 살아야지. 손을 들어 등을 토닥여주니, 요즘 여자 안은지도 오래되서 기억도 안난다. 씨발. 울적한 소리가 들려온다. 불쌍한 새끼. 하긴, 내가 남말할 처진 아니다. 술 처마시고 너같은 저능아 한테 따인 내가 더 불쌍하다 씨발아.

 

 

***

 

 

시덥잖은 농담과 답잖은 진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는지, 날이 아까보다 조금 추워졌나, 비가 오려는지 싸한 날씨에 손이 꽁꽁얼어, 움직이지 않는 손을 뻗어 핸드폰을 확인했다. 아 씨발, 십분만 더 있다 들어가야겠네. 다리를 달달 떨어가며 필터까지 빨아당긴 담배를 지져끄려 장소를 물색하는데,

 

" 야 "

" 왜 "

 

반대편에서 막 두대째를 꺼내 불을 붙이는 새끼의 좀 생긴 옆통수를 보면서 의미심장하게 웃어보였다.

 

" 아까 내가 불 빌려쓴거 돌려줄려고. "

" 뭔소리야... 야! 이 씨바...ㄹ"

 

히단새끼가 눈치까기 전에 히단의 워커에 재빠르게 눌러 지진 담배끝에서 희미한 타는 냄새가 피어올라온다. 가죽타는 냄새. 얼마전에 새로 산 신발이라고 그저께 자랑하기에 내가 어떻해서든 저 신발 밟아 뭉개겠다고 다짐했는데. 씨발, 여기서 소원성취하는구나. 그러니까 왜 지랄을 하냐 , 지랄을.

 

" 불 돌려줬으니까 밥 안쏴도 되지? "

" 진짜 개같은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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